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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본어 음식 이름, 대체 뭐가 들어간건지 모르겠네!

by 호맛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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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로 음식의 이름을 짓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음식 이름에 재료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인들은 직설적인 것을 꺼리고 돌려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이름에도 이들의 뭔가 숨기고 돌려말하는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일본어나 한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도 일본어 메뉴판의 글자만 보고는 무슨 음식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번역기로도 바르게 번역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알고 가면 주문하기 쉽습니다.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볼까요?


 

0. 물수건

 

음식 이름을 살펴보기 전에, '물수건'을 일본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봅시다.

 

일본 식당에 가면 물수건을 가장 먼저 주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손님 접대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손님에게 물수건을 주는 것은 땀을 흘리기 쉬운 습한 기후에서 맞춰 생겨난 손님에 대한 예의입니다.

물수건도 그냥 주지 않고 예쁜 접시에 담아서 줍니다.

만약 물수건을 못받았다면 어떻게 달라고 할까요?

'물'이 일본어로 '미즈(水, みず)'이니 뒤에 '타월'을 붙여서 '미즈타월'이라고 하면 될까요?

물수건은 일본어로 오시보리(お絞り, おしぼり)라고 합니다.

'시보리(絞り, しぼり)'는 '물기를 짜다'라는 뜻의 동사 '시보루(絞る, しぼる)'의 명사형입니다.

손님과의 시작은 마음이 담긴 물수건으로부터..

 

수건의 물기를 꼭 짜서 내놓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붙인 이름입니다.

참고로 '오(お)' 또는 '고(ご)'는 일본어에서 명사를 존댓말로 만들 때 쓰는 접두어입니다.

그러나 꼭 존댓말을 써야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본인들은 존댓말을 만드는 '오'나 '고'를 습관적으로 명사앞에 붙여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존대형 명사는 '도시락'이라는 뜻의 '오벤또(お弁当, おべんとう), '술'이라는 뜻의 '오사케(お酒, おさけ)', '돈'이라는 뜻의 '오카네(お金, おかね)', '끝'이라는 뜻의 '오시마이(お仕舞, おしまい ), 잔돈이라는 뜻의 '오쯔리(お釣り, おつり)', 밥'이라는 뜻의 '고항(ご飯, ごはん)', '인연'이라는 뜻의 '고엔(ご緣, ごえん)' 등이 있습니다.

※'끝'이라는 뜻의 또 다른 단어 '오와리(終り, おわり)'는 원래 '오'로 시작하는 단어입니다.

※'인연'이라는 뜻의 '고엔(ご緣)'과 '5엔'이라는 뜻의 '고엔(五円)'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랜 인연을 이어가자는 뜻으로 5엔 짜리 동전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오'를 떼고 말하면 못알아들을 때도 있습니다.

※'오'를 붙여서 사전에 검색해도 나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오마카세(お任せ, おまかせ)는 '맡기다'라는 뜻의 '마카세루(任せる, まかせる)'의 명사형 '마카세'에 '오'를 붙여 원래는 '일처리를 맡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메뉴 선택을 손님이 하지 않고 주방장에게 일임하여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집을 높이는 존대말인 '오타쿠(お宅, おたく)'는 '집에 틀어박혀서 한 분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타쿠노히토(お宅の人, 집안의 사람)'의 줄임말입니다.)

 

 
 

그냥 글자 그대로 읽어버리는 구글 번역기..

일 똑바로 안할래?^^


1. 오코노미야끼

'오'가 존댓말을 만드는 접두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야끼(焼き, やき)'는 '구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코노미'는 무슨 뜻일까요?

오코노미야끼에 보통 양배추가 들어가니까 양배추라는 뜻일까요?

양배추 레시피

 

'양배추'를 일본에서는 영어 단어 그대로 '캬베츠(キャベツ, cabbage)'라고 합니다.

'오코노미야끼(お好み焼き, おこのみやき)'의 '오코노미'는 '좋아하다'라는 뜻의 '코노무(好む, このむ)'의 명사형 '코노미(好み, このみ)'에 '오'를 붙여 '좋아하는 것을 구운 음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코노미야끼 가루

 

그래서 '오코노미야끼'의 이름만 보면 어떤 재료를 넣어서 부쳐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잘게 썬 양배추와 계란을 넣어서 만듭니다.

우리나라 식 이름으로 하면 '양배추 부침개' 정도가 되겠네요.

참고로 일본인들은 오코노미야끼를 오사카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에서 오사카 출신 전학생에게 "너희 집에서는 오코노미야끼를 반찬으로 먹지?"하고 놀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즈망가 대왕

 

(투니버스에서 방송한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오사카'가 '부산'으로, '오코노미야끼'가 '동래파전'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에게 친숙한 '타코야끼'도 오사카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코노미야끼와 비슷한 음식으로 몬쟈야끼(もんじゃ焼き, もんじゃやき)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식입니다.

오코노미야끼와 비슷하게 양배추와 계란을 넣은 반죽을 부쳐서 만드는 전입니다.

'몬쟈'는 '문자'라는 뜻의 '모지(文字, もじ)'가 변한 말입니다.

('모지'가 더 변한 말 같긴 합니다..)

오코노미야끼 반죽을 가지고 철판에 글자를 그리면서 구워먹는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건더기를 녹말물과 완전히 섞지 않고 우묵한 그릇에 높이 쌓아서 줍니다.

건더기를 도넛 모양으로 먼저 부치고 안에 남은 녹말물은 나중에 부칩니다.

오코노미야끼와 다른 것은 철판에 눌어붙은 전을 '하가시(はがし)'라고 하는 작은 주걱으로 긁어먹는다는 점입니다.

반죽을 묽게 만들어서 일부러 눌어붙게 합니다.

일본인들을 이 몬쟈야끼를 최고의 맥주 안주로 생각합니다.

도쿄에는 몬자야끼 가게가 모여있는 '몬쟈 스트리트'라는 지역도 있습니다.

 

유라쿠초(有樂町)선 츠키시마(月島)라는 곳에 있습니다.

긴자, 츠키지 시장과 가깝습니다.

(가깝긴 한데 지하철로 가려면 환승해야 합니다.)

도쿄 몬쟈 스트리트 (2018년)

집에서 만드는 몬쟈야끼 세트

집에서 만드는 몬쟈야끼 세트 내용물


 

2. 계란

우리나라에서는 닭(鷄)이 낳은 알(卵)이라 해서 '계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계란'을 한자로 '계란(鷄卵)'이라 쓰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계란은 타마고(玉子, たまご)라고 합니다.

'타마(玉, たま)'는 '구슬', '코(子, こ)'는 '자식'이라는 뜻입니다.

(명사끼리 결합할 때 뒤에 붙는 명사 앞글자는 탁점을 찍는다는 일본 문법상의 규칙에 의해 '코(こ)'가 '고(ご)'로 변했습니다.)

직역하면 '구슬 모양의 자식'입니다.

한자로 '알 란(卵)'자를 쓰고 그냥 '타마고'로 읽기도 합니다.

참고로 '메추리알'은 '우즈라노타마고(うずらの卵, うずらのたまご )'라고 합니다.

'우즈라'가 '메추리'라는 뜻입니다.


3. 계란찜, 계란후라이

그럼 이제 계란이 '타마고(玉子)'인 것을 알았으니 식당에서 계란찜을 주문해 볼까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타마고'가 없습니다!

계란찜은 챠완무시(茶碗蒸し)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직역하면 '찻사발 찜'이라는 뜻입니다.

프로가 만드는 계란찜

 

 

 

 

 

그럼 계란후라이는 '타마고후라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후라이(fry)'는 영어니까요..

틀렸습니다!

계란후라이 고찰 5개

 

일본에서 계란 후라이는 메다마야끼(目玉焼き ,めだまやき)라고 합니다.

'메(目, め)'는 '눈', '타마(玉, たま)'는 '구슬'이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눈알 구이'입니다.

뭔가 무시무시한 이름이네요..


4. 닭고기 계란 덮밥

닭고기 계란 덮밥은 '오야코돈부리(親子丼)' 또는 줄여서 오야코돈(親子どん)이라고 합니다.

기간한정 오야코돈

'오야(親)'는 '부모'를, '코(子)'는 '자식'을 뜻합니다.

즉 부모(닭)와 자식(계란)이 함께 올려져 있는 덮밥(丼, どんぶり, 돈부리)이라 해서 '오야코돈'이라고 합니다.

 

 

 
 
 

구글 검색을 믿지 맙시다^^

 
 

닭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쇠고기가 들어가면 '타닌동(他人丼, たにんどん)'이라고 합니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타닌동
 

 

직역하면 '남남 덮밥'입니다.


5. 닭튀김

닭튀김은 카라아게(唐揚げ, からあげ)라고 합니다.

정말로 맛있는 닭튀김 만드는 방법

 

직역하면 '당나라 튀김'입니다.

육고기에 녹말을 입혀서 튀기는 조리법이 중국 당라나에서 왔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이봐요, 구글씨.. 그냥 튀김이 아니라 닭튀김이라구요!
 
그럼 닭 이외의 튀김은 뭐라고 할까요?

 

 

6. 튀김

텐뿌라에 어울리는 술

 

닭튀김만 '카라아게'라고 하고 닭 이외의 튀김은 텐뿌라(天ぷら, てんぷら)라고 합니다.

(튀김이 기름 위(하늘)에 떠서 흔들리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채소튀김은 '쇼진아게(精進揚げ, しょうじんあげ)'라고 해서 또 구분하기도 합니다.

 

'쇼진(精進, 정진)'은 스님이 불도를 닦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채소'튀김이라고 하라고..)

참고로 '튀김'이라는 뜻의 '아게(揚げ, あげ)'라는 단어에서 한자는 '떠오를 양(揚)'을 씁니다.

 

'아게(揚げ)'는 '떠오르다'는 뜻의 '아게루(揚げる)'의 명사형인데 튀길 때 음식이 기름에 떠오르기 때문에 '튀기다'라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7. 닭

일본에서는 '닭(鷄)'도 토리(とり), '새(鳥)'도 똑같이 '토리(とり)'라고 합니다.

닭고기라도 한자로 새 조(鳥) 자를 쓰고 별로 구별하지 않으므로..

알아서 닭고기로 생각해야 합니다.

'야끼토리(焼き鳥, やきとり)'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야끼(焼き, やき)'는 '굽다'라는 동사 '야쿠(焼く, やく)'의 명사형입니다.

따라서 '야끼토리'는 '구운 새'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닭구이', 특히 '닭꼬치'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8. 닭 가슴살

일본에서는 닭가슴살 안쪽의 연한 부분은 사사미(笹身, ささみ)라고 하여 따로 구별합니다.

국내산 닭 사사미 후레이크

 

직역하면 '조릿대 고기'라는 뜻입니다.

'조릿대'는 잘 쪼개지는 연한 대나무를 말합니다.

닭가슴살이 결대로 잘 찢어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이름만 보고는 어느 부위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사미는 그냥 글자 그대로 읽어버리는 구글 번역기.. 번역하기 귀찮은가봐여..

 

사사미 이외의 닭가슴살은 '토리무네(鷄胸, とりむね)'라고 합니다.

다행히 '무네'는 가슴이라는 뜻입니다..


9. 닭다리

'다리'는 일본어로 '아시(足, あし)'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 닭다리와 비슷한 것이 있어서 글자를 보니 '아시'가 없네요!

 

닭다리는 '넓적다리 고(股)'자를 써서 모모니쿠(股肉, ももにく)라고 합니다.

'니쿠(肉, にく)'는 '고기'라는 뜻입니다.

모모..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일본에서는 복숭아도 '모모(桃, もも)'라고 합니다.

니가타현산 복숭아

일본어에는 글자가 많이 없기 때문에 동음이의어의 천국입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먹고싶은 걸 먹을 수 없습니다!

닭가슴살, 닭다리살, 사사미 레시피북


10. 장어덮밥

장어는 일본어로 '우나기(鰻, うなぎ) '라고 합니다.

장어 특집

그런데 장어덮밥은 우나돈(うなどん) 또는 우나쥬(うな重, うなじゅう)라고 합니다.

('기(ぎ)'는 어디로..)

똑같은 장어덮밥인데 대체 왜! 이름이 다를까요!

 

담는 그릇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묵한 밥그릇에 담으면 '우나돈'입니다.

'돈(どん)'에서 쓰는 한자 '정(丼)'은 '우물'이라는 뜻입니다.

 

 

찬합에 담으면 '우나쥬'입니다.

'쥬(重, じゅう)'가 찬합이기 때문입니다.

'무거울 중()' 한자를 쓰는 '카사나루(重なる, かさなる)'라는 동사는 '쌓아올리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쌓아올릴 수 있는 '찬합'이 '쥬(重)'가 되었습니다.

동그란 찬합에 담은 것도 '우나쥬'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우나동'과 '우나쥬'가 뭐가 다른지 비교하네요.

장어덮밥을 히쯔마부시(ひつまぶし)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히쯔마부시

'히쯔(櫃, ひつ)'는 '궤짝(나무로 만든 큰 상자)'이라는 뜻인데 대나무로 만든 큰 밥통도 '히쯔'라고 합니다.

히쯔

 

따라서 '우나쥬'와 '히쯔마부시'는 그릇의 크기양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의 '세숫대야 냉면'같은 느낌이네요..

비교해서 보면 우선 올려져있는 장어의 마릿수가 다릅니다.

우나쥬
 

 

히쯔마부시

 

그리고 히쯔마부시에는 주걱이 같이 나오네요.

'마부시(塗し, まぶし)'는 바르다'라는 동사 '마부스(塗す, まぶす)'의 명사형입니다.

장어에 간장 소스를 바르기 때문에 장어덮밥을 '마부시'라고도 합니다.

'마부시'가 변형되어서 '마무시(まむし)'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일본 장어 덮밥집 간판에는 '우나기'의 '우(う)' 글자를 장어 모양으로 표현한 것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잘 기억해 뒀다가 일본에서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도록 합시다!

 

외래어로 표기한 곳도 많으니 너무 겁먹지는 말자구요!

도쿄 마이센 '믹스후라이 정식'(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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